북촌 꼬마빌딩이 다시 팔리기 시작한 진짜 이유
서울 종로구 북촌과 서촌 일대의 작은 상업용 건물들이 다시 거래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통인동에서 올해 1분기에만 3건이 팔렸고 안국동에서도 64억원짜리 건물이 새 주인을 찾았어요. 그런데 이 뉴스가 왜 중요한지 이해하려면 먼저 "꼬마빌딩"이라는 단어부터 풀어야 합니다.
꼬마빌딩은 보통 5층 이하 연면적이 크지 않은 소형 상업용 건물을 말합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정의는 없고 업계에서 통용되는 표현인데 대체로 50억원 안팎에서 시작해 100억원대까지를 가리켜요. 강남 대형 빌딩은 수천억원이 오가지만 꼬마빌딩은 개인이나 작은 법인도 도전해볼 수 있는 영역이라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는 일종의 종착역 같은 자산으로 여겨집니다.
여기서 핵심 질문은 "왜 하필 지금 다시 거래가 살아나느냐"입니다. 답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면서 골목 상권이 살아난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가 아파트 대출을 막아버린 점입니다. 특히 두 번째가 더 결정적이에요.
아파트를 살 때 받는 대출에는 LTV라는 규제가 있습니다. Loan To Value의 줄임말로 집값 대비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는지를 정한 비율이에요. 10억원짜리 아파트에 LTV 40%가 적용되면 4억원까지만 대출이 나옵니다. 그런데 정부는 작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LTV를 아예 0%로 묶어버렸어요. 한 채를 더 사려면 현금만으로 사야 한다는 뜻입니다. 올해 2월부터는 "비거주 1주택자"라고 부르는 갭투자자들까지 규제 대상에 들어갔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까지 막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반면 꼬마빌딩은 다른 잣대로 평가받아요. 상업용 건물은 RTI라는 지표를 씁니다. 임대업이자상환비율이라고 부르는데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로 대출 이자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를 봅니다. 임대료가 이자의 1.5배 이상 나오면 대출이 승인되는 식이에요. 그래서 같은 돈을 빌리려 해도 아파트는 LTV 40%까지만 가능한데 꼬마빌딩은 감정가의 60%에서 80%까지도 빌릴 수 있습니다. 자산이 비슷한 사람에게 정부가 "아파트 사지 말고 차라리 빌딩을 사라"고 말하는 셈이 된 거예요.
세금 구조도 비슷한 신호를 보냅니다.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12억원만 넘어도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됩니다. 보유하고만 있어도 매년 세금이 따로 부과되는 거예요. 그런데 상업용 건물의 토지는 공시지가 합산 80억원을 넘어야 종부세가 붙습니다. 50억원짜리 꼬마빌딩 한 채를 가지고 있어도 종부세 걱정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아파트는 실거주 의무가 붙는 경우가 많지만 빌딩은 그런 의무 자체가 없어요. 직접 들어가 살지 않아도 임대료만 받으면 됩니다.
이런 흐름을 부동산 업계에서는 "머니무브"라고 부릅니다. 돈이 한 자산에서 다른 자산으로 이동한다는 의미인데 지금은 아파트에 묶여 있던 자금이 규제가 덜한 꼬마빌딩 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이에요. 다만 모든 꼬마빌딩이 인기 있는 건 아닙니다. 올해 1분기 전국 상업용 빌딩 거래 중 50억에서 100억원대는 60%가 넘게 서울에 몰렸고 100억에서 300억원대는 80% 이상이 서울 거래였습니다. 지방은 거래가 더 위축됐어요.
북촌과 서촌이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건 외국인 관광객 효과 때문입니다. 올해 3월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은 204만명을 넘어서 월간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1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여행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북촌 한옥마을은 작년 한 해에만 640만명이 다녀갔어요.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서촌 상권의 공실률은 작년 4분기 7.8%에서 올해 1분기 4.0%로 떨어졌습니다. 빈 가게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의미예요.
여기에 개발 호재도 슬쩍 얹혀 있습니다. 북촌은 한옥 보존을 위해 건물 높이를 엄격히 제한해온 지역인데 지난 4월 서울시가 일부 구역의 높이 완화 심의를 통과시켰어요. 한옥의 저층 경관은 지키되 경관에 영향이 적은 자리에서는 한 층 정도 더 올릴 수 있게 된 겁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 면적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부동산을 처음 보는 분이라면 기억할 게 두 가지입니다. 정부 규제는 어느 한 자산을 누르면 다른 자산으로 돈이 흘러간다는 점, 그리고 같은 부동산이라도 주거용과 상업용은 완전히 다른 세금과 대출 규칙을 따른다는 점이에요. 북촌 꼬마빌딩 거래 회복이라는 한 줄짜리 뉴스 뒤에는 이 두 원리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