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59㎡이 17.7억? 아파트가 귀한 동네에서 생기는 일
서울 종로구 무악동에 있는 경희궁롯데캐슬의 전용 59㎡이 2026년 5월 8일 17억 70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이 단지 같은 면적 기준 역대 최고가입니다. 8층 물건이었습니다. 특별히 높은 층도 아니고 뷰가 특출한 것도 아닌 8층이 17억 7000만 원에 팔렸습니다.
비교 대상이 있어야 이 가격의 의미가 와 닿습니다. 서울 전체 전용 84㎡(국민평형) 평균이 구에 따라 6억에서 29억입니다. 종로구는 84㎡ 기준으로 15억 안팎에 거래됩니다. 그런데 59㎡이 17억 7000만 원이라는 건 소형 평형이 국민평형보다 비싼 셈입니다. 이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종로구는 서울에서 아파트가 가장 적은 구 중 하나입니다. 경복궁, 창덕궁, 북촌, 서촌 등 역사 문화 유산이 밀집해 있어 오래전부터 개발이 제한됐습니다. 건물 높이 규제, 문화재 보호구역, 한옥 보존 구역이 촘촘하게 적용되다 보니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새로 지을 땅이 없습니다. 결국 경희궁 일대에 소수의 브랜드 아파트 단지만이 존재합니다. 이 희소성이 가격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경희궁롯데캐슬은 경희궁(서울 도심 서쪽 궁궐) 바로 옆에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고, 정부청사, 법원 등 주요 기관이 밀집한 서울 도심 업무지구에 아주 가깝습니다. 이 입지에서 59㎡이 17억 원대에 팔린다는 건 그 입지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이 단지의 가격 흐름을 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의 사이클이 잘 보입니다. 2021년 최고가가 14억 2500만 원이었습니다. 2022~2023년 금리 인상기에 11억 2000만 원까지 내려왔습니다. 2024년 13억대로 회복했고 2025년 10월 처음으로 코로나 고점을 돌파하며 15억 60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5월 17억 7000만 원으로 또 한번 최고점을 높였습니다. 2023년 저점 11억 2000만 원 대비 상승폭은 6억 5000만 원, 상승률은 58%입니다.
코로나 고점을 처음 돌파했을 때(2025년 10월)와 지금을 비교하면 불과 7개월 만에 2억 1000만 원이 더 올랐습니다. 이 단지 59㎡의 연간 거래 건수가 수십 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가 드물게 나올 때마다 높은 가격이 만들어지는 구조입니다. 매물이 귀하니까 나오는 물건에 사려는 사람이 몰리고, 경쟁이 생기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흐름입니다.
부린이가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공급의 희소성'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아무리 수요가 있어도 공급이 충분하면 가격 상승이 제한됩니다. 반대로 공급이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는 소수의 매수자가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종로구처럼 앞으로도 새 아파트 공급이 어려운 구조라면 이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희소한 것은 비싸지는 것이 시장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