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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내실 돈은 있나요? 이제 세입자 신용까지 들여다보는 집주인

집을 구하러 갔는데 집주인이 "신용점수가 어떻게 되시냐"고 묻는다면 어떨까요. 황당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곧 일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최근 서울 강남 3구와 관악구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금융 데이터를 점수로 받아보고 임차인은 임대인의 사고 이력을 조회하는 '안심월세'라는 서비스가 시범 운영을 시작했어요. 양쪽이 서로의 신용을 들여다보고 계약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 변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월세화'라는 흐름을 알아야 해요.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습니다. 목돈을 집주인에게 맡겨두고 2년간 살다가 나갈 때 그대로 돌려받는 방식이죠. 집주인은 그 보증금을 굴려 수익을 내고 세입자는 매달 나가는 돈 없이 살 수 있어서 오랜 기간 우리나라 주거의 기본값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빠르게 무너지고 있어요. 올해 1분기 서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70.5%를 기록했는데 2024년 61%, 2025년 64.3%였던 게 단번에 70%선을 넘긴 겁니다. 특히 그동안 전세 선호도가 높았던 아파트조차 월세 비중이 50.8%로 사상 처음 절반을 넘어섰어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가장 큰 원인은 작년 6월 27일 정부가 내놓은 대출 규제입니다. 신축 아파트가 입주할 때 분양받은 사람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게 관행이었는데 이 길을 막아버렸어요. 결과적으로 집주인이 전세를 놓을 수가 없게 되니 월세로 돌릴 수밖에 없게 된 거죠. 여기에 전세사기 공포가 겹쳤습니다. 보증금 수억 원을 떼이느니 차라리 매달 월세를 내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거예요.

월세 시장이 커지자 새로운 갈등이 생겼습니다. 전세는 보증금이 워낙 커서 그 자체가 '인질' 역할을 했어요. 세입자가 집을 험하게 쓰거나 월세를 안 내면 집주인이 보증금에서 까면 되니까요. 그런데 월세는 보증금이 적다 보니 집주인 입장에서 세입자가 어떤 사람인지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매달 70만 원, 100만 원씩 들어와야 하는 돈이 안 들어오면 집주인도 곤란해지거든요.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게 안심월세입니다. 임대인은 KCB라는 신용평가사가 만든 '월세스코어'를 받아봅니다. 우리가 카드 발급받을 때 보는 신용점수와 비슷한 개념인데 임차인의 월세 지불 능력을 수치로 보여주는 거예요. 흡연 여부 같은 생활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반대로 임차인은 집주인이 과거에 보증금을 안 돌려준 적이 있는지, 그 집에 근저당이 잡혀 있는지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근저당'이라는 단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집주인이 그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는 표시입니다. 만약 집주인이 빚을 못 갚아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은행이 먼저 돈을 받아가고 남는 돈이 있어야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근저당이 시세에 비해 너무 많이 잡혀 있으면 '깡통전세' 위험이 큰 집인 거죠. 깡통전세는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다 돌려주지 못할 정도로 빚이 많은 집을 말합니다.

집주인 정보 공개는 사실 이미 제도화되어 있어요. 작년부터는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도 등기부등본과 체납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됐고, 서울시는 AI로 전세사기 가담 임대인 1500명을 분석해서 위험 신호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운영 중입니다. 분석 결과 사기 임대인의 평균 신용점수는 591점으로 일반 임대인 908점보다 300점 이상 낮았다고 해요. 문제는 정보 공개가 집주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적용됐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난 11월 국회에는 "악성 임차인을 거를 수 있게 임차인 면접제를 법제화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어요. 서류 심사부터 면접, 6개월 인턴 기간까지 두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곧 집을 구해야 한다면 이 변화를 알고 가는 게 좋습니다. 평소 신용점수 관리를 해두는 게 단순히 대출받을 때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집을 빌릴 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반대로 집주인을 검증할 권리도 충분히 활용하셔야 해요.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을 떼서 근저당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 보고, 안심전세포털에서 그 집주인이 악성 임대인 명단에 있는지 확인하고, 시세 대비 보증금이 적정한지 따져보는 게 기본입니다. 이제 임대차 계약은 '먼저 본 사람이 잡는' 선착순이 아니라 서로를 검증하는 거래로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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