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1층과 10층의 가격 차이가 8억? 강남 대형 평형에서 층수가 가격이 되는 이유
2026년 5월 15일,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삼성1차 181㎡이 46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이 단지 같은 면적 역대 최고가입니다. 그런데 이 거래가 더 흥미로운 이유는 같은 달 같은 단지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거래들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월 14일, 같은 단지 같은 181㎡이 1층에서 37억 7500만 원에 팔렸습니다. 4월 30일에는 6층이 42억 7000만 원에 팔렸습니다. 그리고 5월 15일 10층이 46억 원에 팔렸습니다. 1층에서 10층까지 층이 올라갈수록 가격이 8억 2500만 원 더 높아졌습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 약 한 달 사이의 거래들이지만 층수 하나로 가격이 8억이나 차이 납니다.
왜 층수에 따라 이렇게 가격이 달라질까요. 아파트에서 높은 층은 조망권과 일조권에서 유리합니다. 조망권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뜻하는데, 삼성동처럼 주변에 건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높은 층이어야 주변 건물에 가리지 않고 멀리 볼 수 있습니다. 일조권은 햇빛이 들어오는 권리인데, 낮은 층은 주변 건물이나 조경에 가려 햇빛이 적게 들어옵니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층이 올라갈수록 줄어듭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높은 층 프리미엄으로 작용합니다.
대형 평형에서 이 차이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도 있습니다. 181㎡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여러 채의 선택지를 검토한 상위 구매자입니다. 이 층수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요층이 그만큼 선별적이기 때문에 좋은 조건과 나쁜 조건의 가격 차가 크게 벌어집니다.
래미안삼성1차 181㎡의 실거래 내역은 매우 드뭅니다. 2020년 28억 원으로 처음 거래된 이후 2021년 한 차례, 2025년 11월 40억 1000만 원, 그리고 2026년 4월에 두 번, 5월에 한 번으로 역대 총 7건뿐입니다. 거래가 드문 면적은 시세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비교할 거래 자체가 없으니 가격 협상에서 매도자가 유리한 위치를 가집니다. 매도자가 부르는 가격이 시세가 되는 구조입니다.
2021년 이 면적의 고점은 34억 9000만 원이었습니다. 현재 46억이면 4년 반 만에 11억 1000만 원, 31.8% 상승입니다. 같은 단지 84㎡는 올해 25억 3500만 원까지 거래됐습니다. 강남구 삼성동이라는 입지,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대형 평형이라는 희소성이 겹쳐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부린이가 이 사례에서 가져갈 것은 아파트 가격이 단순히 '어디에 있고 몇 평이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라도 층수, 방향, 동호수에 따라 수억 원 차이가 납니다. 아파트를 살 때 '이 단지 평균 시세'만 보지 말고 내가 실제로 살 그 물건의 조건을 면밀하게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