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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권이 뭐길래 49층 아파트가 16층 될 뻔 했을까?

서울 여의도 장미아파트가 49층 한강변 아파트로 재건축 첫발을 뗐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한국토지신탁이라는 회사가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는 내용인데요. 그런데 이 짧은 기사 안에는 부동산 초보가 알아두면 좋을 핵심 개념들이 잔뜩 숨어 있습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표현이 "일조권 때문에 49층이 8~16층으로 줄어들 뻔했다"는 대목이에요. 무려 33층이 날아갈 위기였다는 건데요. 일조권은 말 그대로 햇빛을 받을 권리예요. 우리나라는 옆 건물이나 학교가 너무 높이 지어져서 햇빛을 가리면 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 근처에 새 건물을 지을 때는 "교육환경영향평가"라는 별도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요.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에 햇빛이 충분히 들어와야 한다는 취지예요.

장미아파트 바로 옆에는 여의도고등학교가 있어요. 그래서 49층짜리 아파트를 그대로 지으면 학교 운동장과 교실이 그늘에 묻혀버린다는 문제가 생긴 거죠. 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층수를 8~16층까지 낮춰야 했어요. 재건축을 하는 입주민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인데, 층수가 낮아지면 지을 수 있는 집의 개수가 확 줄어들거든요.

여기서 부린이가 꼭 알아야 할 개념이 "사업성"입니다. 재건축은 기존 입주민들이 자기 돈을 보태서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에요. 건설사에 공사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 돈을 어디서 마련할까요. 바로 늘어난 가구 수만큼 일반인에게 분양해서 받는 분양 대금으로 충당합니다. 196가구짜리 단지를 380가구로 늘리면, 늘어난 184가구를 팔아서 공사비를 메꾸는 구조예요. 만약 층수가 16층으로 제한돼서 가구 수를 거의 못 늘리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존 입주민들이 떠안아야 합니다. 한 가구당 수억 원씩 추가로 내야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사업성이 나온다, 안 나온다"는 표현이 재건축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겁니다.

또 하나 낯선 용어가 "신탁방식 재건축"이에요. 기사에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한국토지신탁이라는 회사가 사업시행자가 됐다는 게 바로 이 방식이에요. 원래 재건축은 입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서 진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조합이라는 게 결국 비전문가들의 모임이다 보니 의견 충돌도 잦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리 문제도 자주 터졌어요. 그래서 2016년부터는 부동산 전문회사인 신탁사가 조합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습니다.

신탁방식은 입주민들이 자기 땅의 소유권을 신탁사에 잠시 맡기고, 신탁사가 전문성을 발휘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예요. 이번 장미아파트도 한국토지신탁의 전문 인력이 설계를 직접 검토해서 일조권 문제를 풀어냈다고 하잖아요.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지 단 3주 만에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을 채웠다는 점도 신탁방식의 속도감을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여의도 시범, 한양, 대교, 삼익 같은 다른 단지들도 비슷한 이유로 신탁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사업시행자 지정"이라는 표현도 짚어볼 만해요. 재건축은 단순히 "우리 아파트 다시 짓자" 한다고 바로 삽을 뜰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안전진단, 정비계획 수립, 추진위원회 구성, 사업시행자 지정,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 철거, 착공, 준공까지 보통 10년 넘게 걸리는 긴 여정이에요. 사업시행자 지정은 그중에서도 초기 단계에 해당합니다. 이제 막 출발선을 끊었다는 의미이지, 내일 모레 아파트가 올라간다는 뜻이 아니에요. 옆 단지인 대교아파트만 해도 2027년 12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을 만큼, 이미 한참 앞서간 단지들도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습니다.

여의도가 왜 이렇게 뜨거운지도 잠깐 짚을게요. 여의도는 1970년대에 한꺼번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모여 있는 동네예요. 시범, 목화, 삼부, 장미, 한양, 대교 같은 단지들이 비슷한 시기에 준공돼서 지금 동시에 재건축 연한 50년에 도달했습니다. 서울시는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서, 일부 단지는 70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줬어요.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입지에 초고층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선다는 그림이 그려지니까 건설사들도 군침을 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부린이 입장에서 이런 재건축 기사를 볼 때 체크해야 할 포인트가 있어요. "사업시행자 지정"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아직 초기 단계구나" 정도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진짜 입주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관리처분인가"라는 단어가 나올 때예요. 그때부터 이주, 철거, 착공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또 가구 수가 196가구에서 380가구로 늘어난다는 숫자를 보면, 늘어난 만큼이 일반 분양 물량과 연결된다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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